전기 100원 팔 때마다 45원 손해…한전, 이대로면 올 30조 적자

입력 2022-08-12 17:20   수정 2022-08-22 16:06


한국전력이 올 상반기에 14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낸 건 전기를 발전소에서 사오는 가격보다 싸게 가정이나 공장 등에 팔기 때문이다. 상반기 매출(31조9921억원)을 감안할 때 한전은 100원어치를 팔 때마다 45원가량 손해를 봤다. 이는 전력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국제 연료값 급등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전기요금 인상 억제가 맞물린 결과다.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기준으론 30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당 59원 밑지고 팔아
올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LNG, 석탄 등 국제 연료비가 치솟았다. 일본·한국 LNG 가격지표(JKM) 기준으로 2020년 3분기에 MMBtu(열량 단위·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2.37달러였던 국제 LNG 가격은 올 1, 2분기 평균 30달러대로 뛰었다. 지난해 MMBtu당 18.5달러와 비교해도 67.5% 올랐다. 지난해 배럴당 69.4달러였던 유가는 올해 1~7월 평균 102.3달러를 기록했다.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t당 138.4달러에서 올해 1~7월엔 평균 333.3달러로 140% 올랐다.

그 결과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올 때 지급하는 전력도매가(SMP)는 올 상반기 ㎾h당 169.3원으로 1년 전보다 117.1% 상승했다. 반면 전기요금 인상이 제한되면서 한전이 가정이나 공장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가격(전력판매가)은 110.4원에 그쳤다. ㎾h당 58.9원씩 손해를 본 것이다.
◆깊어지는 적자 늪
문제는 하반기에도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적다는 것이다. 전력도매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세라는 점이 특히 부담이다. 올 4분기 JKM LNG 선물가는 지난 2일 기준 MMBtu당 50달러를 넘었다. LNG 가격이 2년여 만에 22배 넘게 오른 것이다.

전력도매가는 지난 4월 ㎾h당 202.11원으로 200원을 넘은 뒤 5월 140.34원과 6월 129.72원으로 하락했지만 7월에는 151.85원으로 상승 반전했다. 8월 들어서도 11일 전력도매가가 전력거래소 개설 이후 최고치인 206.27원까지 치솟으면서 전력판매가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대로면 한전 적자가 3분기에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올 3분기에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 인상하기로 했고, 오는 10월에는 또 다른 구성 항목인 기준연료비가 ㎾h당 4.9원 인상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한전의 적자폭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 전기요금 인상 요구
이에 따라 한전은 6조원 규모의 부동산, 출자 지분, 해외사업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중점으로 하는 자구책 추진과 함께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전기요금과 관련해 ‘원가주의’를 강조한 만큼 국제 연료비 인상을 감안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한전은 발전용 연료에 부과되는 세금 인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발전용 연료에 붙는 개별소비세가 15% 인하된 상태인데 법적으로 50%까지 인하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취약계층 전기요금 지원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금은 한전이 지원하는데 이를 사실상 정부가 해달라는 요구다. 발전단가를 낮추기 위해 원전과 석탄발전 가동을 늘려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면 중장기 투자여력이 감소하면서 전력공급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물가와 민생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대폭 인상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해외 각국이 에너지 위기 타개를 위해 보조금 등을 도입하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이탈리아는 취약계층 지원과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한 세금 공제를 위해 80억유로(약 10조6000억원) 규모 예산을 편성했다.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은 “지금은 한전 중심으로 구축된 한국의 전력생태계 전반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에너지 비용의 사회적 분담 방안 등을 놓고 5년 이상의 장기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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